당신이 모르는 숨겨진 음악들/국내 힙합 리뷰

MUL, ONEMOREDAY - [E-AND] 리뷰 - 2021: 당신이 몰랐던 숨겨진 음악들

한국힙합전람회🔥 2021. 7. 9. 13:38
MUL, ONEMOREDAY - [E-AND] 앨범아트

사이버펑크 감성의 철학을 멈블랩으로 담아내다, MUL X ONEMOREDAY - [E-AND]

MUL은 철학적 사유를 멈블랩이라는 장르에 담아내는 RARE한 아티스트다. 이번 싱글 앨범 [E-AND]는 끝을 의미하는 'END'와 '그리고'를 뜻하는 'AND'를 합성한 단어로, "끝은 또다른 시작"이라는 앨범 소개와 상응한다. 몽환적이고 기계적인, 어쩌면 실험적이고 차가운 사운드를 내는 프로듀서 ONEMOREDAY와 MUL의 지난 싱글 [MAGDALENE] 이후로 또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. MUL은 이런 프로듀싱과 적합한 분위기의 멜로디와 가사, 그리고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다. 아티스트를 하나의 수식어에 가두는 것은 조심스럽지만, '사이버펑크 감성'이라고 표현하고 싶다.


어려워 나를 사랑하기가 내가 원한 건 사치일까. 필요한 건 그냥 적금일까 인생도 결국엔 효율일까.


힙합에서 돈에 대한 얘기는 사랑에 대한 얘기만큼 찾기 쉽다. 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고, 표현하는 방법이 그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. [E-AND]에서 MUL이 풀어낸 돈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다. 또한, 아티스트로서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담아내며 이를 끝내고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려는 다짐을 담아냈다.

"If I had money to share this love, I'll buy those people a place to stay."
("내가 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다면, 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사버릴거야.")

바로 이전 작업물인 [MAGDALENE]에서는 '너'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면, 이번 싱글 앨범 [E-AND]에서는 '나'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. 추상적이고 비장한 분위기의 가사에서 좀 더 자전적이고 일상적인 단어들을 골라담아낸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. ONEMOREDAY는 매번 새로운 소스의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실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일조한다. 공간감을 넓게 주며 보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, 전화벨 소리 같은 효과음을 가공하여 현대적이고 Alternative스러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. 그에 반해, [E-AND]에서는 구성적으로 다이나믹함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. 구간 구간마다의 변화가 클리셰적인 Mute나 변주에 갇혀있던 게 아쉽다. 더욱 새로운 비트의 다이나믹이나 낯선 분위기의 드럼 루프 변주, 혹은 과감한 탑라인 멜로디의 변화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. 하지만 그런 구성 덕에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이고 움푹 빠져들 수 있는 무드가 형성되었다.

MUL의 세계관이 더 궁금해진다. 어떤 식으로 다음 이야기를 전개해갈지, 또 어떤 새로운 방식의 가사 혹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할지 궁금한, 무한한 포텐셜을 가진 아티스트라고 생각된다. 국내 힙합에서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.

[큐레이터 아오키✍🏻]

MUL의 사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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